꽃에게 길을 묻다 - 꽃기행 산문집/조용호 지음/북랩/1만5000원

소설가 조용호(사진)의 ‘꽃에게 길을 묻다’가 초판 발행 10년 만에 다시 독자들을 만났다. 직접 찍은 사진과 시인들의 꽃 시를 곁들여 정감어린 문장으로 철마다 피어나는 꽃들의 안부를 묻는 조 작가만의 독특한 서정성이 돋보인다. 2006년 ‘생각의나무’에서 출간돼 호평을 받았으나 출판사 폐업으로 절판되었던 동명의 산문집을 도서출판 ‘북랩’이 보완하여 최근 재출간했다.

조 작가는 카메라 하나 들고 국내 각지는 물론 히말라야까지 누비며 찍은 꽃 사진을 바탕으로 그 꽃들에 바친 시인들의 시를 한데 버무려 아름다운 에세이로 완성시켰다. 꽃마다 가장 적절하게 어울리는 시들을 찾아내 작가의 감성으로 다시 녹여냈다. ‘꽃은 아름답다’는 다소 진부할 수 있는 명제를 작가 특유의 감성적이고 따뜻한 문장으로 승화시켰다는 점도 독특하다. 소설가 정유정은 추천사에서 “지치고 외로웠던 어느 날, 날 선 세상에 한없이 주눅 들었던 밤, 달빛 서늘한 창가에 옹송그리고 앉아 책을 읽었다”면서 “꽃은 사진 속에 만개하고 작가의 목소리에서 피어오른 향기는 (…) 꽃처럼 붉고 시처럼 뜨거운 위로”라고 했다.

조용호 지음/북랩/1만5000원

아마추어 사진가의 솜씨로 볼 수 없는 꽃 사진도 이 책의 매력으로 꼽힌다. 오랫동안 카메라를 들고 각종 기행 현장을 누빈 작가의 숙련된 솜씨가 스며든 사진들이 빛을 발한다. 같은 피사체라도 어떤 정서와 시각으로 렌즈를 들이대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이 사진이다. 이 책에 실린 꽃 사진들은 늘 같은 계절에 볼 수 있는 꽃이로되 조용호만의 감성이 배어있는 유일한 꽃이기도 하다.

세계일보 문학전문기자로 활동 중인 조용호(54)는 1998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해 장편소설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 소설집 ‘떠다니네’, ‘왈릴리 고양이나무’, ‘베니스로 가는 마지막 열차’를 냈다. 산문집으로는 ‘키스는 키스 한숨은 한숨: 중남미 아프리카 문학기행’, ‘노래, 사랑에 빠진 그대에게’, ‘시인에게 길을 묻다’, ‘돈키호테를 위한 변명’ 등을 펴냈다. 무영문학상과 통영문학상을 수상한 중견 문인으로 언론계에도 이름이 높다.

 

 

 

 

 

 

 

출처: 세계일보 2015. 3. 7일자